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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니스투어/여행

🇪🇸 스페인 신혼여행 #08|폭우 속 세비야 여행, 알카사르와 인생 소꼬리찜

by wanny-life 2026. 8. 14.

📍 오늘의 한 줄

"준비는 하나도 안 했고, 비는 미친 듯이 왔지만 이상하게 세비야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 오늘의 여행 동선


세비야에서 맞는 첫 아침

다섯째 날이 밝았다.

나뿐만 아니라 촛농이까지
슬슬 피로도의 최고치를 찍은 듯하다.

새벽 3시 30분쯤 화장실 간다고
눈을 한번 떴던 것 같은데

그다음부터는...

딥 슬립.

눈을 떠보니 8시였다.

어제 숙소에 10시쯤 들어와서
정신도 못 차리다가 양치만 하고 잠든 것 같은데

계산해 보면 거의
9~10시간을 잔 것 같다.

역시 사람이 극한으로 피곤하면

시차고 나발이고 없나 보다.

ㅋㅋㅋㅋ

그래도 다행인 건
세비야 일정은 바르셀로나만큼 타이트하지 않다는 것.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아침부터 맥주 한잔하면서 숙제

일어나자마자 나갈 필요도 없으니

아침부터 여유 있게
맥주 한잔하면서 숙제부터.

여행 와서 아침부터 맥주라니.

아주 좋구요.

ㅋㅋㅋㅋ

숙제도 끝내고
천천히 준비를 마친 뒤 밖으로 나가보았다.


사실 세비야는 준비를 거의 안 했다

솔직히 말하면

세비야는 진짜 준비를 아예 안 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내가 적어놓은 계획이라고는 이 정도.

10월 30일 수요일

승리의 광장 → 대성당 → 히랄다탑 → 콜럼버스의 묘 → 세비야대학 →

스페인광장 → 아메리카광장 → 황금의 탑 → 산타크루스 지구

그냥 가이드북에 나온 순서대로

걍 적어둔 수준이다.

ㅋㅋㅋㅋ

바르셀로나에서는 투어도 예약하고
입장권도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세비야는 이상하리만큼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승리의 광장부터 가보자.

하고 숙소를 나섰다.


그런데 또 비가 온다

아 근데...

비가 겁나 온다.

휴.

바르셀로나에서도 그렇게 비를 맞았는데
세비야까지 와서 또 비라니.

그래도 골목골목이 예뻐서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바르셀로나와는 도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좁은 골목에 밝은색 건물들이 이어지고
중간중간 보이는 작은 광장까지.

아, 진짜 다른 도시로 왔구나.

싶은 느낌이 확 들었다.



촛농이도 한 컷.


계획에 없던 브런치

그렇게 거리를 구경하며 걷는데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브런치집 하나가 보였다.

가게도 예뻐 보이고
사람도 많고.

우리가 준비한 게 있어야 말이지.

그냥 들어갔다.

ㅋㅋㅋㅋ

이번 세비야 여행은
느낌으로 해결하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

나는 오믈렛.

촛농이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던

아보카도의 꿈.

그리고 라떼와 함께

세비야에서는 빼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오렌지주스 한 잔.

와.

오렌지주스 맛이 진짜 강렬하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따뜻한 기후 덕분에 오렌지나무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세비야를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곳곳에서 오렌지나무를 만나게 된다.

이때는 그냥

"오렌지주스 맛있네."

정도였는데

조금 뒤 알카사르에서 나오면서
왜 세비야에서 오렌지가 계속 보이는지 체감하게 된다.

맛있게 먹었으니
다시 승리의 광장으로 고고.


📍 승리의 광장과 세비야 대성당

그런데...

비가 아까보다 더 온다.

아니,

진짜 무친 듯이 쏟아진다.

ㅋㅋㅋㅋ

승리의 광장에 도착해서
일단 비부터 피했다.

그리고 그제야 입장권 검색 시작.

이게 바로

세비야를 준비 하나도 안 하고 온 자의 최후.

대성당 입장권을 찾아봤는데

없다.

ㅋㅋㅋㅋ

다행히 알카사르는
오후 1시 30분 입장권이 남아 있었다.

바로 구매.

지금 생각해도
세비야는 진짜 너무 준비를 안 했다.


💡 세비야 대성당은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우리처럼 현지에 도착해서 입장권을 알아보는 것보다는
세비야 대성당과 알카사르처럼 인기 있는 관광지는 미리 예약해 두는 걸 추천한다.

특히 여행 일정이 짧다면
원하는 날짜나 시간대가 없을 경우 일정 자체가 꼬일 수 있다.

우리도 결국 이날
세비야 대성당 내부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세비야 대성당은
그냥 규모가 큰 성당 정도로 생각하면 섭섭한 곳이다.

중세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대성당으로,

현재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고딕 성당이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히랄다탑 역시 이슬람 시대 미나레트에서 기원해

이후 종탑으로 사용된 곳이다.

콜럼버스의 무덤도
대성당 내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미리 예약하자.

ㅠㅠ


결국 숙소로 후퇴

알카사르 입장시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그런데 비는 계속 쏟아지고
기온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대성당 외관만 조금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결정.

그래도 정말 멋있더라.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니까 규모가 엄청났다.

입장까지 했으면 당연히 좋았겠지만

뭐...

준비 안 한 내 잘못이지.

후회해도 소용없쥬.

ㅋㅋㅋㅋ


옷 보강하고 다시 출발

숙소로 돌아와
몸도 살짝 녹이고 조금 쉬었다.

그리고 옷도 보강.

젖은 상태로 계속 돌아다니기에는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

그나마 정말 다행이었던 건
우리가 묵었던 숙소 위치.

세비야 구시가지의 주요 관광지가
비교적 가까이 모여 있어서

숙소에 한번 들어왔다가
다시 나오는 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세비야 여행에서 숙소 위치가 중요한 이유를
제대로 느꼈다.

그렇게 다시 출발.

그런데...

비는 아까보다 더 강력해졌다.

젠장.


📍 세비야 알카사르

Real Alcázar de Sevilla
Casco Antiguo, Sevilla, Spain

 

우리는 예약시간보다
무려 30~4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혹시 일찍 들여보내 주려나?

했는데

응 아니야.

ㅋㅋㅋㅋ

직원분께 물어보니
입장시간 15분 전에 오라고 했다.

결국 옆으로 빠져서 대기.

뭔가...

벌받는 너낌.

ㅋㅋㅋㅋ

그렇게 우리 앞에는 한 팀.

우리 뒤에는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수십 명이 옆으로 빠져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끔 새로 온 사람들이
우리 앞쪽에 슬쩍 서려고 하면

직원 아저씨가

단호하게 뒤로 가라고 한다.

ㅋㅋㅋㅋ

그러면서 제일 앞에서 기다리던 팀에게는

"너희가 1등인 거 안다. 걱정하지 마라."

라는 느낌으로 말하면서

씨익 웃으시는데...

아저씨 나이 수.

개 멋졌다.

ㅋㅋㅋㅋ


예약시간 15분 전, 드디어 입장

그렇게 기다리다
입장시간 15분 전이 되자

편안하게 입장.


와.

여기도 정말 화려하다.


이슬람과 유럽 건축이 섞여 있는 알카사르

이번에는 투어가 아니라
촛농이와 둘이서 편하게 보는 일정이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투어를 했을 때처럼
디테일한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냥 봐도 볼 게 많다.

 

알카사르는 한 시대에 한 번에 만들어진 궁전이 아니라 여러 시대를 거치며 확장되고 변화한 곳이다.

특히 기독교 왕들이 이베리아반도의 이슬람 건축 양식을 받아들여 만든 무데하르 양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가 유럽 맞나?'

싶은 느낌의 공간들이 계속 등장한다.

벽과 천장을 가득 채운 세밀한 장식부터
아치와 타일까지.

설명을 모르고 봐도
충분히 보는 맛이 있었다.





중간에는 부모님들에게
영상통화도 걸었다.

우리만 보기 아까우니까.

ㅋㅋㅋㅋ

화면으로라도 보여드리면서
천천히 둘러봤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일정에 쫓기면서
계속 이동했던 느낌이 강했는데

세비야에서는 이렇게
둘이서 천천히 보는 것도 좋았다.


궁전 밖으로 나오니 오렌지나무가 가득

구경을 마치고 출구 쪽으로 나오는데

공원에 오렌지나무가 가득하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세비야를 돌아다니다 보면
길거리 곳곳에서 오렌지나무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와 오렌지다.'

했는데

몇 시간 돌아다니다 보면

또 오렌지다.

ㅋㅋㅋㅋ

세비야의 거리 풍경을 기억할 때
이 오렌지나무도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제 한계다

알카사르까지 보고 나오니

옷도 젖고
신발도 젖고
양말도 젖었다.

아주 골고루 젖었다.

ㅋㅋㅋㅋ

이 상태로 계속 돌아다니는 건
도저히 무리.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전에...

밥은 먹어야지.

알카사르 바로 앞쪽에 식당들이 많아서
그중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검색?

없다.

예약?

없다.

그냥 느낌.

ㅋㅋㅋㅋ

세비야에서는 진짜
대부분 느낌으로 해결하고 있다.


샹그리아와 띤또 데 베라노부터

먼저

샹그리아와 띤또 데 베라노 한 잔씩.

스페인에 왔으니
이런 건 또 먹어줘야지.

띤또 데 베라노(Tinto de Verano)는 이름 그대로 '여름의 레드와인' 정도의 의미로,

보통 레드와인에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는 스페인의 대중적인 음료다.

샹그리아보다 비교적 단순하고 가볍게 마실 수 있어서
현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음식 주문.


세비야에서 만난 인생 소꼬리찜

우리가 주문한 건

소꼬리찜과 이베리코 구이.

세비야에 왔으니
현지 음식 한번 제대로 먹어보자.

스페인에서 소꼬리 요리는 보통 라보 데 토로(Rabo de Toro)라고 부르는데,

소꼬리를 오랜 시간 천천히 익혀 부드럽게 만드는 안달루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 중 하나다.

그리고 한입.

...

와.

소꼬리찜은 정말
살살 녹았다.

푹 익혀서 그런지
고기가 뼈에서 부드럽게 떨어지고

소스까지 진해서
계속 손이 갔다.

그리고 이베리코.

이베리코는...

맛있는 돼지고기였다.

ㅋㅋㅋㅋ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정말 맛있는 돼지고기였다.'

라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먹은 현지 음식 중 1등

지금까지 스페인에서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 이날 먹은 음식이

스페인에서 먹은 현지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

무려.

ㅋㅋㅋㅋ

창밖에서는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따뜻한 식당 안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술도 한잔하고
둘이 수다 떨고.

그러다 문득

이게 행복이지 별게 있냐.

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꼭 날씨가 좋아야 하고
계획했던 곳을 전부 봐야 하고
완벽하게 흘러가야 좋은 여행인 건 아닌 것 같다.

오늘만 해도

준비는 하나도 안 했고
대성당은 들어가지도 못했고
하루 종일 비까지 쫄딱 맞았는데

이상하게...

세비야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다시 숙소로

맛있게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젖은 옷도 말리고
신발과 양말도 정비하고

무엇보다...

체력 충전.

ㅋㅋㅋㅋ

다시 한번 느끼지만
숙소가 가까워서 정말 다행이다.

세비야 구시가지 쪽에 숙소를 잡으니
관광하다 힘들면 들어와 쉬었다가

다시 나갈 수 있다는 게 정말 편했다.

아직 오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오전부터 폭우와 싸우면서
세비야 대성당과 알카사르를 돌아봤다면

잠시 쉬고 난 뒤에는

전혀 다른 모습의 세비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 직접 돌아보니 느낀 세비야 여행 TIP

✔ 세비야 대성당·알카사르는 가능하면 미리 예약하기
우리처럼 당일에 알아보다 원하는 곳을 놓칠 수 있다. 특히 여행 일정이 짧다면 사전 예약을 추천한다.

✔ 대성당·알카사르·산타크루스 지구는 함께 묶기 좋다
주요 관광지가 구시가지에 모여 있어 도보 여행하기 편했다.

✔ 숙소 위치가 생각보다 중요했다
우리는 비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숙소를 들락날락했는데 관광지와 가까워 정말 편했다.

✔ 비 예보가 있다면 신발도 신경 쓰기
우리는 옷뿐 아니라 신발과 양말까지 홀딱 젖었다. 우기나 비 예보가 있다면 방수되는 신발이나 여분 양말이 있으면 꽤 유용할 듯하다.


▶ 다음 이야기

충분히 쉬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거짓말처럼 비가 잦아들기 시작한 세비야.

그리고 해 질 무렵 도착한

메트로폴 파라솔.

이번 여행에서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Wanny Life 한 줄 기록

준비는 하나도 안 했고 비는 미친 듯이 왔다. 대성당은 놓쳤지만 알카사르를 천천히 걸었고, 따뜻한 식당에서 인생 소꼬리찜을 먹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세비야가 좋아지기 시작한 하루였다.

 

 

🇪🇸 스페인 신혼여행 이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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