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포에서 맞이한 둘째 날 아침.
첫날에는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를 낯설어하지 않고
생각보다 금방 가까워졌던 아리.
걱정했던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무사히 지나갔지만
아리에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대가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아버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루리였다.
👉 아기와 후포 2박 3일 가족여행 #01|낯가림 심한 아리와 할아버지의 만남
아리와 후포 2박 3일 가족여행 #01 - 낯가림 심한 아리와 할아버지의 만남
아리와 함께 2박 3일로 후포에 다녀왔다.이번 여행은 관광이 목적이라기보다는아리를 데리고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가족여행에 가까웠다.아리가 태어난 뒤 아버지를 만난 적은 있지만요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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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아침, 루리와 다시 만난 아리

첫날 아리는 루리를 꽤 무서워했다.
할아버지에게는 예상외로 금방 다가갔는데
자기 쪽으로 움직이는 강아지는 아직 무서운 모양이었다.
하루 자고 일어나 다시 만났더니 전날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루리가 가까이 와도 가만히 앉아서 쳐다보고 손을 뻗어보기도 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친해진 건 아니었다.
표정을 보면 아직 긴장한 게 느껴진다.
그래도 첫날에 비하면 이 정도도 큰 발전.
억지로 만지게 하거나 가까이 붙여놓지는 않고
아리가 루리를 천천히 구경할 수 있게 두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으려나.
할아버지와 함께 점심 먹으러

이곳은 후포에 오면 원래 자주 가던 식당이다.
촛농이와 내가 결혼하기 전 상견례를 했던 식당이기도 해서
우리에게는 나름 추억이 있는 곳.
상견례를 했던 곳에 이제는 아리까지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묘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곳에 오면 거의 항상 물회를 먹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소와 조금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전날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오징어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버지가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다음 날 물회를 주문하면서
오징어도 같이 넣어달라고 따로 이야기해준 것.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전날 지나가듯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챙겨준 게 괜히 고마웠다.


그렇게 이번에도 익숙하게 물회로 점심을 먹었다.
아리도 아기의자에 앉아 우리와 함께 식사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촛농이와 내가 상견례를 하러 왔던 곳인데
이제는 아버지와 우리 부부, 그리고 아리까지 함께 앉아 있으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내가 후포에 올 때 좋아하는 곳으로 향했다.
바로 망양휴게소.
내가 좋아하는 망양휴게소
밥을 먹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바람을 쐬러 망양휴게소로 향했다.


나는 후포에 오면 망양휴게소에 가는 걸 좋아한다.
보통 휴게소라고 하면 밥을 먹거나 잠깐 쉬어가는 곳을 생각하지만
여기는 그것보다 바다를 보러 오는 곳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바다 맛집.

날씨까지 좋아서 이날은 바다 색이 정말 예뻤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어서 한참 보고 있어도 좋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곳은 휴게소 건물 앞에서 보는 바다가 아니라
전망대로가서 보는 바다다.

바다 쪽으로 길게 나와 있어서 끝으로 갈수록 아래로 파도가 그대로 보인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멋있어 보이는데 실제로 가보면 생각보다 높이가 꽤 느껴진다.
촛농이가 한번 나가봤다
그런데...

촛농이는 여기까지.
높은 곳을 무서워해서 결국 끝까지 가지 못했다.
나는 이런 곳을 좋아해서 별생각 없이 끝까지 가는데
촛농이 입장에서는 아래로 바다가 훤히 보이니 무서웠던 것 같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왜 무서워하는지는 이해가 간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가 바로 밑으로 보이고 높이도 제법 있다.
그래도 이 풍경 때문에 나는 후포에 오면 망양휴게소가 생각난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간 건 아니지만 잠깐 바람 쐬러 오기에는 정말 좋다.
이번 여행의 폴라로이드
그리고 이날은 폴라로이드도 챙겨왔다.

여행에서 사진은 휴대폰으로 수도 없이 찍지만 이렇게 바로 인화되는 사진은 또 느낌이 다르다.
망양휴게소 바다를 배경으로 촛농이와 아리의 모습도 남기고 우리 가족의 순간을 몇 장 찍었다.
사진이 완벽하게 잘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면 아리가 이만했을 때 셋이 후포 바다를 보러 왔던 기억이 같이 떠오를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날 찍은 사진 중에서도 이 폴라로이드 사진이 특히 마음에 든다.
집으로 가는 길, 이모네도 잠깐
망양휴게소에서 바다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같은 동네에 사는 이모네에도 들렀다.
처음에는 잠깐 얼굴만 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오랜만에 만나면 늘 그렇듯 수다가 길어진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저녁까지 같이 먹기로 했다.
저녁은 오겹살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우리마을숯불촌.

오겹살을 주문했는데 이날 고기가 진짜 맛있었다.
여행 와서 먹은 음식 중 기억에 남을 정도.
노릇하게 구워진 오겹살에 지방과 살코기가 적당히 붙어 있어서 계속 손이 갔다.
점심도 잘 먹었는데 저녁까지 제대로 먹었다.
마침 막내이모도 벌초 때문에 후포에 와 있었는지 잠깐 들러 함께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가족 모임이 됐다.
아리는 이모들도 만나고 용돈까지 받았다.
아리를 데리고 온 덕분에 이번 여행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가족들을 만났다.
아리 인생 최늦은 막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시작됐다.
이야기하면서 고기를 먹다 보니 어느새 저녁 7시 30분.
평소라면 아리는 이미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결국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막수를 먹인 시간이 거의 저녁 8시가 됐다.
우리 기준으로는 기록이었다. ㅋㅋ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무리 아리의 평소 생활패턴에 맞추려고 해도
이렇게 일정이 늦어지는 날이 생긴다.
그래도 이날은 가족들을 오랜만에 만나 함께 저녁을 먹은 날이니
이 정도의 변수는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막수까지 무사히 마치고 아리도 잠들면서 후포에서의 둘째 날이 끝났다.
가족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던 둘째 날
돌아보면 둘째 날도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아침에는 아버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망양휴게소에서 바다를 보고,
이모네에 들렀다가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의 목적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하루가 우리가 원했던 여행에 가장 가까웠던 것 같다.
상견례를 했던 식당에 이제는 아리와 함께 가보고,
내가 좋아하는 망양휴게소에서 세 식구의 폴라로이드도 남겼다.
아리는 할아버지뿐 아니라 이모들까지 만나면서 하루를 보냈다.
관광지를 여러 군데 돌아다닌 날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사진을 다시 꺼내봤을 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하루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집을 정리한 뒤 대전으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속리산휴게소에 들러 밥을 먹고
쉬어간 게 전부였던 짧은 마지막 날.
그렇게 아리와 함께한 후포 2박 3일 가족여행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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