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성장일기 #1
엄마 아빠가 된 첫 5일
2025년 10월 22일 ~ 2025년 10월 26일
아리야.
오늘부터 아빠는 너의 성장일기를 쓰려고 해.
이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언젠가 네가 커서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남기는 편지야.
엄마와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너를 만났는지,
우리 가족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리고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해.
너를 만나기까지
2025년 10월 22일.
드디어 너를 만나는 날이었다.

엄마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로 되어 있었고,
아빠는 수술실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괜히 시계만 계속 보게 되고,
별생각이 다 들었던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어.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처럼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어지기 시작하니까
살짝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괜찮은 걸까?'
하는 걱정도 들었어.
처음 본 너
조금 뒤,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이 아기를 안고 복도를 지나가셨다.
신기하게도
아빠는 본능적으로
'아리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잠깐,
몇 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처음으로 너를 볼 수 있었어.
아빠도 왜 그 아기가 너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정말 본능이었던 것 같아.
처음 흘린 눈물은 엄마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아이를 처음 보면 눈물이 난다고 이야기하잖아.
그런데 아빠는 조금 달랐어.
아빠는 너를 보고 운 것이 아니라,
수술을 마치고 나온 엄마를 보고 울었어.

너무 아파 보였고,
너무 힘들어 보였고,
괜히 미안했어.
너를 세상에 만나게 하기 위해
엄마가 감당해야 했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제야 조금 실감이 났거든.
그날 흘린 눈물은
기쁨도 있었지만,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
생각보다 차분했던 아빠
사실 하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
아빠는 생각보다 굉장히 차분했어.
드라마처럼 벅차오르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감정이 바로 생기지는 않았어.
오히려
'내가 정말 아빠가 된 건가?'
하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
아마 아직 현실감이 없었던 거겠지.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참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4박 5일 동안 너를 많이 보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모자동실을 하지 않았어.
그래서 병실에서는 너를 전혀 볼 수 없었지.
엄마가 모유 수유를 하러 신생아실에 내려갈 때만
아빠도 함께 따라갔어.
4박 5일 동안
아마 두 번 정도였던 것 같아.
엄마가 너를 신생아실로 데려가는 그 짧은 순간,
몇 초 동안 너를 바라볼 수 있었어.


정말 작더라.
그리고 지금 사진을 보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까무잡잡했어.
지금의 통통하고 하얀 아리와는 정말 다른 모습이었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아이가 우리 딸이구나.'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어.
부모가 되어가는 시간
처음 며칠은 엄마가 정말 많이 힘들어했어.
수술 부위가 아파
일어나는 것도,
걷는 것도 쉽지 않았지.

아빠도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괜히 더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엄마도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고,
통증도 조금씩 줄어들면서
우리도 병원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어.
그때부터는
엄마와 아빠,
둘이 함께 웃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어.
비록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지만,
병실에서 너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보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행복했어.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하루는 신생아 수유 교육도 받았어.
아기를 안는 방법부터,
분유를 먹이는 자세,
트림시키는 방법까지.
엄마도,
아빠도,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렀어.
그래도 하나씩 배워가는 시간이 참 신기하고 즐거웠다.
그때는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던 것들이
지금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네.

시간이 참 빠르다
그 조그마했던 아기가
이제는 집안을 기어 다니고,
식탁 밑을 놀이터 삼아 탐험하고,
붙잡고 일어서려고 하고,
혼자 잠들기 위해 연습하고 있어.
하루하루는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돌아보면 정말 많이 컸구나.
조금만 천천히 커도 괜찮은데,
아이들의 시간은 참 빠른 것 같다.
아리에게
아리야.
엄마는 너를 만나기 위해 정말 큰 용기를 냈고,
아빠는 엄마 덕분에 부모가 될 수 있었어.
그래서 이 성장일기에는
너의 성장뿐 아니라,
엄마와 아빠가 부모가 되어가는 이야기도 함께 남기려고 해.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엄마에게 꼭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어.
"엄마, 정말 고마워."
그리고 아빠에게도 한마디만 해주면 좋겠다.
"아빠, 잘하고 있었네."
그 한마디면 아빠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
오늘의 한 줄
부모가 된다는 건, 한 아이의 모든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지는 일인 것 같다.
2025년 10월 26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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