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성장일기 #2 - 로미오와 줄리엣 같았던 2주
아리 성장일기 #2
로미오와 줄리엣 같았던 2주
2025년 10월 27일 ~ 2025년 11월 9일
아리야.
병원에서 4박 5일을 보낸 뒤,
엄마와 아빠는 함께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어.

엄마는 제왕절개 수술 후 몸을 회복하기 위해 산후조리원에 들어갔고,
아빠는 혼자 집으로 돌아왔단다.
처음에는 2주가 금방 지나갈 줄 알았어.
하지만 막상 집에 혼자 있으니 생각보다 집이 참 조용하더라.
엄마도,
너도 없는 집은
익숙한 공간인데도 낯설게 느껴졌어.
아빠의 마지막 여유
많은 사람들이
"2주 동안 편하게 쉬었겠네?"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맞아.
몸은 편했어.
퇴근하면 쉬고,
잠도 푹 잘 수 있었으니까.
퇴근 후 집에 오면
가끔 위스키를 한 잔씩 마셨어.


'아마 이게 마지막 여유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때는 그냥 그런 마음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마지막 여유가 맞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우리 가족의 시간은 모두 아리 중심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으니까.
하루 중 가장 기다리던 시간
다행히 조리원이 회사 근처였어.
그래서 퇴근하면 거의 매일 조리원으로 갔단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어.
엄마는 조리원 2층 베란다에 나오고,
아빠는 건물 아래에서 올려다봤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전화 통화를 했어.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다.
몇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으니까.
그래도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우리만의 작은 공연
하루는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어.
엄마는 2층 베란다에 있고,
아빠는 아래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래를 불러주고 싶더라.
그래서 마크툽의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를 불러줬어.
지금 생각하면 조금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 노래가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말 같았던 것 같아.
엄마는 웃고,
아빠도 웃고.
그렇게 우리는
2주 동안 우리만의 방식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단다.
화면으로 만난 아리


엄마가 모자동실을 하는 날이면
FaceTime으로 영상통화를 걸어줬어.
그 덕분에 아빠는 화면으로나마
너를 볼 수 있었단다.
직접 안아보지는 못했지만,
영상 속에서 움직이는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어.
사진도 참 많이 찍고,
영상도 참 많이 저장했던 것 같다.
초보 엄마의 첫 번째 사건


엄마도 조리원에서
조금씩 기저귀를 갈기 시작했어.
그런데 어느 날.
아주 엄청난 응가를 했단다.
처음 겪는 상황이라
엄마는 정말 많이 당황했고,
결국 다급하게 간호사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했어.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는 추억이지만,
그때는 정말 큰일이 난 줄 알았다고 하더라.
엄마도 그렇게 하나씩
배우며 부모가 되어갔단다.
조금씩 부모가 되어가던 시간

엄마는 조리원에서
수유를 배우고,
기저귀를 갈고,
너를 돌보는 방법을 하나씩 익혀갔어.
아빠는 집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사진과 영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봤지.
각자의 자리에서 지냈지만,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부모가 되어가고 있었어.
기다림 끝에
2주는 길 것 같았는데,
어느새 마지막 날이 찾아왔어.
드디어
엄마와 아리,
그리고 아빠.
우리 셋이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날.
그때는 몰랐어.
카시트 하나에도 한참을 헤매고,
새벽마다 불침번을 서게 되고,
2~3시간마다 수유를 하며
밤낮이 뒤바뀔 줄은.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은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추억이 되어갔단다.
그 이야기는 다음 성장일기에 이어서 써볼게.
아리에게
아리야.
아빠는 그 2주 동안
엄마도 많이 보고 싶었지만,
너도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직접 안아볼 수도,
오랫동안 함께 있을 수도 없었지만,
매일 조리원으로 향하는 발걸음만큼은
한 번도 귀찮았던 적이 없었단다.
엄마는 조리원에서,
아빠는 집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 있었지만,
같은 마음으로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너를 기다렸는지,
얼마나 함께하고 싶었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오늘의 한 줄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도, 결국은 우리 가족이 되어가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2025년 11월 9일
아빠가.